[완결] 은혼 패러디 소설) 스무고개

외전이자 최종화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가을바람이 아직 푸른 잎들을 살짝씩 건드리며 지나갔다. 사람들의 짧기만 했던 옷차림이 이제는 제법 길어졌다. 더위에 축 늘어지기만 하던 몸이 이제는 추위 때문에 종종 움츠러들기도 했다. "나 추워요." "응." "제복 외투를 벗어주거나 하는 배려는 없는 거예요?" "나도 좀 춥거든." 손으로 팔을 감싸고서 열심히 마찰열을 일으키던 쇼코가...

외전

한여름밤의 신센구미 둔소는 그 어느 때보다도 시끌벅적했다. 시끄러운 매미소리조차 그들의 영역을 침범하지 못했다. 보초를 서거나 저녁 순찰을 나간 대원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대원들은 회의실에 모여 앉아 술잔을 하나씩 쥐고 있었다. "건배!" 잔들이 맑은 소리를 내며 부딪혔고 웃음소리가 울려퍼졌다. 저마다 무리를 지어 왁자지껄 떠들었다. 그 중 한 그룹은 유난히...

xx월 xx일 살아남은 피해자가 둔소를 방문, 보호 조치. xx월 xx일 내부 고발자이자 동시에 협력자인 사람과 접촉. xx월 xx일 하야테의 발을 가게에 묶어둘 수 있도록 사전에 대원들을 배치. 타이세이가 내부 협력자의 도움으로 증거품 확보 및 운반. 운반 도중 무력 충돌이 있었으나 외부인의 도움을 받 붓이 움직임을 멈추었다. 붓을 잡은 손이 부들부들 떨...

휴업한다던 가게는 그 어느 때보다도 더 소란스러웠다. 칼이 맞부딪히는 소리, 비명소리, 술병이 깨지는 소리가 섞여 불협화음을 만들어내었다. 그 불협화음을 잠재워야 할 마담 사이고는 하얀 훈도시를 걸치고서 가게 안을 뛰어다니고 있었다. 주변 주민들의 신고를 접수한 신센구미에서 대원들을 보냈지만 그 대원들은 상황을 잠재우긴커녕 더 소란스럽게 할 뿐이었다. 아무...

끄응, 하고 작게 신음 소리를 내뱉은 남자가 이번엔 기다란 한숨을 쉬었다. 그는 벼랑 끝에 내몰린 것처럼 불안해보였다. "그렇게 걱정돼요?" "사고 현장에 보낸다니, 쇼코가 벌써부터 그런 걸 보면 안 되는데. 아..." "어른이 된 지는 꽤 됐잖아요." "우리 쇼코는 아직 작고 여리니까요." 료스케를 보며 다독여주던 야마자키가 고개를 저었다. 처음 봤을 때...

광택이 나는 검은 차 두 대가 커다란 건물 앞에 멈추었다. 뒷차에서 단정한 검은 정장 차림의 사내가 내려 앞차의 문을 열어주었다. 이 부근에서는 몰라줄 사람이 없는 거물이 먼저 그 모습을 드러냈고, 그 뒤를 이어 단정한 기모노 차림의 여자가 내렸다. 주위를 슬쩍 둘러보던 츠네코는 히지카타와 눈이 마주쳤다. 잠에서 막 깨어난 모습이라던가, 오키타와 한바탕 붙...

"토시," 여느 때처럼 방대한 양의 서류를 책상에 올려놓고 나가려는 히지카타를 곤도가 불렀다. "앉아 봐." 담배도 물지 않은 그의 눈은 그 어느 때보다도 날카로워 보였다. 어제부터 계속 그랬다. 참을성이라곤 손톱 끝의 때만도 없는 사람 같았다. 그는 담배를 조금만 피웠다 내다버리고 이내 새 담배를 집어들었고, 멍하니 마요네즈로 탑을 쌓다가 옆으로 무너지는...

히지카타는 책략가와는 거리가 멀었다. 다행히도 통화 상대도 능력 있는 협상가는 아니었다. 협상을 마친 히지카타는 피곤함도 잊은 채 움직였다. 최악의 시나리오를 상상하면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아무 증거도 없이 무작정 타이세이가를 수색할 수도 없는 일이었고, 만약 할 수 있다 해도 츠네코를 데려올 만한 구실이 없었다. 상대는 여태 꼬리 한 번 잡히...

신이 있다면, 피도 눈물도 없는 무자비한 자임이 틀림없을 것이다. 그렇게 결론을 내린 히지카타는 취조실 벽에 기대어 있던 몸을 떼었다. 방금 체포한 양이지사들은 죄다 사람의 탈을 쓴 앵무새인지 '말할 수 없다' 내지는 '말하기 싫다'라는 대답만 내뱉고 있었다. 다람쥐가 쳇바퀴를 타는 것처럼, 말이 계속 오고 갔지만 진행된 이야기는 아무것도 없었다. 취조실에...

아침 해가 비춰주는 해결사 사무실의 풍경은 평화로웠다. 그 평화로움을 만끽하기도 전에 사다하루가 식탁 위의 다과에 달려들었다. 커다란 짐승의 무게를 견디지 못한 식탁은 곱게 두 조각으로 갈라졌다. 사다하루에게 잔소리를 하던 카구라가 이내 우는 소리를 냈다. 긴토키가 시끄럽다고 핀잔을 주자 카구라는 그를 식탁처럼 두동강내려 했다. 그녀를 말리느라 소파 쿠션에...

"진짜," 진작에 벗은 제복 윗도리를 의자에 걸쳐놓은 히지카타가 한숨을 내쉬었다. "말도 안 되게 덥다." 음료를 단숨에 들이키는 그를 보며 츠네코도 고개를 끄덕였다. 유난히도 거센 햇빛에 숨이 턱턱 막혔다. 정신이 점점 멍해졌고 온 몸이 움직이기를 거부했다. 비가 온다면 좀 서늘해지긴커녕 습하고 더워지려나, 히지카타는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이야기가 끝나자 침묵만이 흘렀다. 츠네코는 코를 훌쩍이며 오른손에 붕대를 다시 감았다. 이야기를 써내려가면서도 몇 번이나 붓을 부러뜨려 새 상처가 생겼던 터였다. 붕대를 다 감은 츠네코는 군데군데 피가 묻은 휴지를 정리하고 새 휴지에 코를 풀었다. "...그래서..." 형체조차 알 수 없었던 퍼즐 조각들이 차례를 앞다투어 맞추어졌다. 사람들에게 알려야 하지...